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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어사출두

판소리명창 조민지가 동초제 춘향가 중 〈어사출두〉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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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어사출두 가사

그때의 어사또님은 동헌 상기둥을 꼭 붙들고,
“에라, 이놈들! 가난한 양반 옷 찢어진다. 날 쫓아내려는 놈은 쇠 아들놈이오, 나가는 사람은 인사불성이니라. 이 기둥이 빠졌으면 빠졌지, 내가 내려가기는 틀렸다. 이 기둥이 빠지면 동헌은 헐어질 것이고, 동헌이 헐어지면 여러 놈 못살게 되렷다!”
그 때여 운봉 영장은 무관으로 많이 다닌 양반이라, 눈치가 비상한 데다가 사람의 관형찰색을 대강 하던 것이었다. 
“여보시오, 본관 영감. 저 분을 보아 허니, 의복의 남루하나 양반은 분명하니 말석에 좌를 주어 한 잔 대접하옵시다.” 
어사또 이 말 듣더니, 
‘안다. 운봉이 아는구나. 운봉이 과만이 되었으나, 가삼년을 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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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올라가 운봉 옆에 가 앉았겠다. 
그때의 본관이 어사또를 쫓아낼 양으로 
“자, 좌중에 통할 말이 있소. 우리 관장네 모여 노는 좌석에 글이 없어 무미하니, 우리 글 한 귀씩 지읍시다.” 
손수 운자를 불렀으되, 
“기름 고 높을 고.” 
두 자로 절귀 운을 부르더니,
“만일에 이 운자대로 글을 못 짓는 자가 이 좌중에 있으면, 곤장 다섯 대씩 때려 밖으로 쫓아내기로 헙시다.”
어사또 함소허며,
“자, 상좌에 말씀 올라가오! 이 사람도 부모 덕분에 천자권이나 읽었으니, 시 한 귀 지으면 어떻겠소?”
운봉이 반겨 듣고 통인을 불러다가,
“네 이 양반께 지필연 갖다 드려라.”
어사또 지필연 받아 일필휘지하여 운봉 영장에게 내어주며,
“이런 과객의 글이 오죽하겠습니까? 보신 다음에 웃지 마시고, 고칠 데 있으면 고치시지요.”
운봉이 글을 받아 보니, 글씨가 명필이요, 글이 또한 문장이라. 운봉이 글을 읽다가 벌벌벌 떨며, 
“이 글 속에 일 들었구나!”
곡성을 가만히 손짓하여, 뒤 툇마루로 가서 글을 읊는디, 그 때여 운봉과 곡성은 본관이 들을까 하여 가만가만 읊었것마는, 우리 성악가들이 읊을 적에는 좌상이 들으시게 하자니, 글을 좀 크게 읊던 것이었다.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락시에 민누락이요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이 글 속에 벼락 들었소!”
“우리 여기 있다가는 초서리 맞기 쉬울 테니 어서어서 떠납시다.”
운봉 하인을 부르고, 곡성 하인을 부르고 야단이 났겠다. 그 때여 폐의파립한 사람 하나 질청에 달려들어와, 무슨 문서 내어놓고 말없이 나가거늘, 아전들이 들고 보니 어사또 비간이라. 아전들이 질색하여 동헌에 달려들어와,
“어사또 비간 올리오!”
올려 놓으니, 좌상에 모인 수령네는 혼이 없고, 본관은 넋을 잃어, 비간을 펴보랴헐 제 없던 수전증이 절로 생기것다. ‘남원 부사 친집개탁’이라 하였거늘, 뚝 떼어보니 허였으되,
‘본부수리 각창색 진휼감색 착하뇌수허고, 거행 형리 성명을 삭직보래 의당사’라.

동헌이 들썩들썩 각 청이 뒤노을 제, 본부 수리 각창색 진휼감색 착하뇌수허고,
거행 형리 성명을 보안 연후, “삼공형 부르고, 삼행수 불러라. 위선 고량을 신칙허고, 동헌에 수례차로 감색을 차정하라. 공형을 불러서 각고하기 재촉, 도서원 불러서 결총이 옳으냐? 전대동색 불러 수미가 줄이고, 군색을 불러 군목가 감허고, 육직이 불러서 큰 소를 잡히고, 공방을 불러서 재물을 단속, 수노를 불러서 거회도 신칙, 사정이 불러서 옥쇄를 단속, 예방을 불러 공인을 단속허고, 행수기 불러서 기생을 단속 허여라!”
그저 우근 우근 우근. 남원 성중이 뒤노을 제, 좌상에 모인 수령네는 혼불부신이 되어
앉었들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서로 친분대로 귀에 대고 수군수군.
“이제 남원은 절단 났다! 우리 여기 있다가는 산벼락 맞기 쉬울 테니, 어서어서 떠납시다!”
그 때의 어사또님은 앉었다 일어서며 기지개를 불끈.
“어허! 잘 먹었다! 어찌 이리 좌석이 섬뜩하오? 여보, 본관장! 내 잘 얻어먹고, 잘 놀다 잘 가오마는 좌석이 이리 섬뜩하니, 원 이런 낙흥이 없소그려!”
본관이 물색 모르고, 어사또게 포악헌다.
“아, 이 사람 놈의 인사야. 잘 가든지, 못 가든지, 이 난리 통에 수인사는 무슨 놈의 수인사여?”
어사또 어이없어 본관을 물끄러미 보며,
“그럴 일이오. 그럼 우리 쪼끔 있다가 또 만나 봅시다!”
뜰 아래 내려서며 좌우를 살펴보니, 청패 역졸 수십 명이 장사꾼으로 차림새를 허고,
패랭이를 숙여 쓰고, 구경꾼 한 테 섞여 드문 듬성 늘어서 어사또를 바라볼 제,
그 때여 어사또님은 삼문 밖으로 나가면서, 눈 한 번 끔쩍, 부채질 까딱, 발 한 번 툭 구르니, 청패 역졸이 눈치를 채고 순식간에 변장을 허는디, 청산적을 입고, 홍견대를 띠고, 패랭이를 벗고, 홍전립을 쓰고, 사면에서 우루루루루루. 삼문을 후닥 딱!!!
“암행어사 출두야!!! 출두 하옵신다!!! 출두야!!!”
두세 번 외는 소리 하늘이 답싹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는 듯. 
백일벽력 진동하고, 여름날이 불이 붙어 가슴이 다 타는구나!
각읍 수령이 넋을 잃고, 탕건 바람 버선발로 대숲으로 달아나며,
“통인아. 공삿궤!” “급창아. 탕건 주워라!”
대도 집어 내던지고, 병부 입으로 물고 헐근실근 달어날 제,
운봉 영장 동이 잃고 수박 들고 달아나고, 담양 부사 갓을 잃고 방석 쓰고 달아나고,
순창 군수 탕건 잃고 화관 쓰고 달아날 제, 임실 현감은 창의 잃고 몽도리 입고 달아나고, 순천 부사는 겁도 나고 술도 취하여, 다락으로 도망쳐 올라가 갓 모자에다 오줌을 누니, 밑에 있던 하인들이 오줌 벼락을 맞으면서,
“어푸! 어푸!” 겁결에 허는 말이, “요사이는 하느님이 비를 끓여서 나리나부다!”
본관은 넋을 잃고 골방으로 들어가다가 쥐구멍에다가 상투를 박고,
“갓 내어라. 신고 가자, 신발 내라. 쓰고 가자. 말 내어라. 입고 가자. 창의 잡어라. 타고 가자. 문 들어온다. 바람 닫혀라. 요강 마렵다. 오줌 들여라. 물 마르니 목 좀 다오!”
다시 벌떡 일어나, 통인의 목을 부여잡고 벌 벌 벌 떨며,
“통인아, 날 살려라! 역졸이 날 찾거든 모른다고 허여라!”
역졸이 장난헐 제 “이방!” 후닥딱!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공방!” 후닥딱! 공방이 맞아 거꾸러지며,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가 삼대 독신이요. 살려주오! 야, 이 몹쓸 아전들아! 좋은 구실은 너희가 허고, 천하 무지한 공방 시켜 이 형벌이 웬 일이냐?”
“공형! 아전!” 갓 철대가 부러지고, 직령 동의 떠나갈 제, 발목 삐고 팔 상한 채 전동전동 달아나고, 불쌍하다 관노사령 눈 빠지고, 박 터지고, 코 떨어지고, 귀 떨어지고, 덜미 치여 엎어진 놈, 상투 쥐고 달아나며, “난리났다!”
수령 모인 잔치 좌중을 망치로 바수는데, 금병 수병 산수병과 수십 자 교자상과
양치대야, 토기, 쟁반, 접시, 대합, 술병 후닥딱! 지끈! 왱그렁 쨍그렁 깨어지고,
거문고, 가야금, 양금, 해금, 생황, 단소, 피리, 젓대, 북, 장고 산산히 부서질 제,
춤추던 기생들은 팔 벌린 채 달아나고, 관비는 밥상 잃고, 물통이고 들어오며,
“아이고,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을 자리 잃고, 멍석을 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을 모르고,
“아이고, 이놈의 자리가 어찌 이리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홍앵 홍앵 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잡아타고,
“워따, 급창아! 이 말 좀 보아라! 이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 가고, 남원 어사또 계신 데로만 뿌드등 뿌드등 가니, 암행 사또가 축전축지법도 허나부다!”
급창이 넋을 잃고 들숨 날숨 꼼짝달싹을 못 하고,
“아이고 사또님! 아이고 사또님! 말을 거꾸로 탔사오니, 속히 내려 옳게 타십시오!”
“워따, 이놈아! 이 난리 통에 언제 말을 옳게 탄단 말이냐? 말 모가지를 선뜻 빼어 멍구똥에다 둘러박어라! 둘러박어라!”
풍진이 일어나서 장판교가 되었을 제, 짖든 개도 목이 쉬고, 날든 새도 아니 날며,
산천초목도 벌벌 떠니 무섭고도 두려워라.
“집사! 훤화 금허랍신다!“ ”쉬!“

조민지-어사출두

한 문장의 글을 마칠 때마다 그 뒤에는 마침표를 찍는다. 글을 마무리 짓는 점 하나.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점은 글의 끝과 또 다른 글의 시작을 알려주는 표식이 된다.

 


이 음반이 나에게 있어서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길 바라며 준비하게 되었다. 소리의 길과 떨어져 지내온 공백기의 소리를 다시 마주하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저 소리를 좋아하고, 더 멀어지고 싶지 않은 욕심과 애정으로 지금의 내 목소리를 녹음했다. 더 늦기 전에 더 멀어지기 전에 내 소리를 찾기 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공백기의 소리를 이렇게 마쳐본다.
새로운 나의 소리를 시작하기 위해.

조민지의 시작점 앨범은 동초제 춘향가 중 〈어사출두〉 대목을 수록하고 있다.
고수로 이우성씨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동초제 〈춘향가〉는 현존하는 춘향가 중 가장 최근에 완성된 바디로 구체적인 사설과 극적인 요소를 적극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어사출두 대목은 공명정대한 세상을 기다렸던 민초들의 마음을 대변한 소리로 춘향가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통쾌한 대목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눈대목이며 소리꾼의 너름새가 강조되는 대목이다.

 

조민지-어사출두 [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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